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조지훈의 <민들레 꽃> 中
무심하게 넘겨오던 구절이 어느 순간 불쑥 스며들 때가 있다.
감정의 깊이가 어땠길래, 민들레꽃 한 송이마저 "애처롭게" 그리워졌던 걸까.. 올 상반기, 어느 날, 위 작품을 가르치는데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럴 때가 있다..
문득, 떠올랐다.
작년 12월 차가운 어느 겨울 날, 내가 참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지리했었다는 것, 참으로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허했던 기억.
타고 오던 탈탈거리던 버스가 꼭 날 닮은 것 같아서, 또 돌아오던 그 울퉁불퉁한 길이 내 삶을 닮은 거 같다며 감정이입을 했었더랬다. 뭐, 1년 중 한 번 올까말까 한 특별한 감정도 아니지만서도, 참 외로웠던 날임에는 확실하다.
대수롭지 않다. 뭔가 특별한 감정은 아니란 말이다..
어릴 때는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지금 역시 철은 한참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미약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외로움에 대한 대응방식이다. 아, 녀석, 또 찾아왔네- 하면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게다가,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기에, 또 남자친구가 없다던가 이래서 외로운 것이 아니기에, 해결 방법도 사실 없다, 남자친구가 있었던 시절엔 되려 더 외롭기까지 했으니- 누군가 전화를 안받아서라던가, 대화하고 싶은 날 만날 사람이 없다던가, 이래서 그런 거라면 방법이라도 있지 않은가. :)
그래도, 바닥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건,
그래도 내 안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다는 것
내가 믿음이 심히 부족한 게지-
이런 인간적인 감정에 너무 휘둘리는 거 보면-
그렇기는 해도,
깔깔거리며 대화하다, 내 베스트 친구의
"난 누구의 기도가 안나와, 내 기도 하기 바쁘거든" 요 말에 또
그냥 왠지모를 허함이 밀려오더라고-
자신 기도는 자기가 하는 게 제일이라지만,
그래도, 서로 속깊은 기도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
혹여 나중에 누군가와 교제를 한다면,
날 여자로서가 아니라, 그냥 날 인간으로서 봐줄 수 있는 어떤 사람-
연민이 꼭 사랑은 아니라지만, 때로는 연민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
그 연민마저 사랑의 일종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
섣부른 판단을, 그것이 긍정적인 것일지언정, 미리 하고, 행여 나중에 실망하고 속된 말로 "깬다-"고 하기 보다, 그냥 모든 걸 인정하고 수용해주는 사람_
(정말 상종 못할 짓을 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별 거 아닌 걸로도 쉽게 "깬다"고들 하잖아. 이런 말 하는 나도 예외는 아니었을테지만)그렇게 서로 덜 외롭게 해 줄 사람-
이게 그냥 "나"라고 하는 몸짓을 그대로 이해해줄 사람-
.. 이런 사람을 갖고 싶다
(사실 요건 내 반려자에 대한, 이상형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일종의 동경, 이상형에 불과한 걸까
아직 저런이를 구하지 못했다면, 내가 부족해서이겠지
막연한 소망-
그냥, 덜 외로워지고 싶어서-
참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저엉말
노오란 민들레 꽃 한 송이도
그리워지는 날이다.
덧붙여,
나보다 더 외로울 사람, 그 분을 염두에 두자
나만 인간으로 보여지길 바리지 말고, 이젠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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